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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일상

2012년 대학로의 노란 가을풍경


2000년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살았던 곳.....


하지만 당시엔 대학로가 싫었다.


잠실, 강남, 신천, 신촌, 이대, 홍대.... 틈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집은 대학로에 있었지만, 대학로에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서 젊은 연극제 인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눌 하긴한데......


축제기간에 단돈 1,000원에 대학로의 공연들을 볼 수 있는 행사를 했었다..


그 때의 대학로는 단순히 '연극을 보는 곳' 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학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학로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싫어했던 이유가 없었듯이... 좋아진 이유도 없었다.


그 때부터 대학로는 내 터전이자 제 2의 고향이 되었다.


잠시 와이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신림역 근처로 간 적은 있지만,


신혼집은 대학로와 가까운 곳으로 오려고 했다.


(물론 현실은 집값이 싼 고대 인근으로 갔지만, ㅜ.ㅜ)




2012년 학교를 떠난 이후, 대학로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 대학로에서 공연도 보고, 관련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대학로를 돌아다녀본다.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ㅎ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혜화역 2번 출구의 모습을 담아본다.


대학로에서 가장 유명한 공간인 마로니에 공원이 바로 2번 출구앞에 있다.












그리고 이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는 주말이면 대학로의 또다른 명물이 등장한다.







 내가 2000년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때 보고 얼마나 웃었던가.....


이 분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레파토리로 여전히 웃음을 주고 계셨다.


그 때와 다른게 있다면, 난 이날.....일반관람객이 아닌.... 파파라치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 ㅠ.ㅠ




이 날 이 분의 파트너가 어디갔을까? 했는데....


며칠이 지나서... 같은 장소에서 혼자 기타를 만지시는 오래 전의 그분을 만났다..


12년 전의 모습 그대로.......








그리고.... 대학로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연극인데...


지금은 공사중인 마로니에공원의 가벽에는 많은 공연 포스터들이 붙어있었고 


그것들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은 과거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공연하면 또 빠질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호객행위다..


그래도 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극단들 스스로가 많이 금하고 있어서..


그 규모가 많이 줄어든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마로니에 공원과 혜화역 2번출구를 중심으로 매일 수십명의 인원이 나와서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중간관리자 정도 되어보이는 사람도 있어서


딴짓을 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로 다가가서 한마디씩 하는 듯 하기도 하던데,


이 조직에 대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래전부터 나에게 멋진 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귀.....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십수년전부터 대표적인 대학로 이정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KFC.. (지금도 그대로 있다.)


그 앞의 샘터 파랑새 극장 건물...


1층은 베스킨라빈스 카페가 있다. 


바로 이 골목 바로 안쪽으로 민들레영토와 별관이 있었는데...


아마 내 또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정겨운 곳이다.


당시 소개팅 미팅을 나갈때 민토에서 알바하는 친구라고 하면 더이상 묻지도 않았었다... ㅎ 







은행나무 길을 지나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와 본다.


길 옆에는 은행나무와 포장마차가 사람들을 맞이해준다.


포장마차는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떡볶이, 닭꼬치부터 와플, 옷가게, 타로점을 비롯해서 심지어 술도 판다... ㅋ






혜화역 2번출구에 KFC가 있다면, 조금 올라와서 혜화역 4번출구에도 이정표이자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베스킨라빈스... (이곳도 여전히 남아있다. ^^)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대학로에서 만날때 이 매장 앞에 서서 상대방을 기다리곤 했었다.


지금은 만남의 장소 같은 공간이 앞쪽에 만들어졌지만, 과거에는 그저 베스킨라빈스 매장앞에는..


친구 또는 애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늘 북적북적했었다.





4번 출구로 나와서 내 모교로 가는 길....


과거에 10년 가까이 이 길을 걸어다녔지만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 걷는 이 길은 과거의 그 길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은행나무 가득한 성대길도 다시 걸어보고 싶다.







이렇게 글을 끄적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또 대학로의 모습을 남기려니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하고 놓친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은행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기회가 되는대로 다시 또 카메라를 들고 대학로를 걸어봐야겠다. ^^